Ⓒ BROSTE COPENHAGEN

Ⓒ Muller Van Severen

 

경쾌한 화이트에 손이 가는 1월이다. 빨강과 초록, 강렬한 보색 대비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던 서점 엽서 칸에는 도약 직전의 학과 일출의 풍경이 그려진 하얀색 연하장이 진열되어 있다. 한창 추워진 날씨로 보아 봄은 아직 까마득한데, 계절을 막론하고 우리는 감정과 사고를 정화해주며 해방감을 주는 컬러를 고집한다. 설렘과 불안을 안고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은 색깔뿐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단정하고 정돈된 무드의 오브제에 끌린다. 얼큰하게 먹고 취하는 12월의 식탁과 달리, 격조 있고 차분한 분위기의 식사 풍경이 어울리는 2022년의 첫 달. Back to the basic;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한 테이블웨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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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ller Van Severen

홈파티는 단순 먹고 마시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기능을 한다.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잔치는 음식을 차려 놓고 손님을 초청한 뒤 먹고 즐기는 풍습을 말한다. 대개 생일과 혼사, 승진, 환영과 축하를 계기로 식사와 함께 음주가무를 즐기는데, 조사의 경우에도 슬픔을 나누고 초대한 손님들과 밤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양과 달리 잔치는 굿을 지내는 세시행사, 마을 축제이면서 대동놀이의 개념을 따라 하늘과 신성에 대한 의식으로서의 역할까지 지녔다. 동시에 풍류라는 음악 문화가 더해져 예술의 관점을 깃들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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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파티 문화가 익숙한 서양은 시간대에 따라 모임의 종류가 다양하다. 티 파티는 오후 2~3시경 시작
해 2시간 정도 음료를 즐기며 쿠키와 샌드위치 등을 곁들인다. 오찬회는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의 모
임으로 정시에 시작하고 종료한다. 점심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일품요리나 간단한 메뉴를 선택하며,
포도주와 맥주 등 목 넘김을 위한 주류를 마신다. 주로 디너로 일컫는 만찬회는 오후 6시경에 시작하
는 예절이 엄격한 파티이며 정찬의 음식과 정장 등의 드레스 코드를 숙지한다. 뷔페식인 경우 음식과
개인용 접시·스푼·포크 등을 큰 식탁에 준비해 놓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직접 덜어 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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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테이블 차림은 식탁보를 깔고 중앙에 꽃과 음식에 필요한 소스(소금·후추·설탕·크림)를 배치한다.
메뉴에 따른 커틀러리와 냅킨·술잔·물잔을 각 좌석에 차려 놓는데, 식기 배열과 서빙의 편의를 위해한 사람이 쓰는 식탁 폭은 대략 70cm가 적당하다. 메인 접시는 중앙에 두고 오른쪽에는 나이프와 스푼, 왼쪽에는 포크를 놓는다. 배치 순서는 주식 접시의 안쪽에서부터 육류용·생선용 순서다. 샐러드 접시는 포크와 냅킨의 상단에 놓고, 빵 접시는 샐러드 접시의 오른쪽, 메인 식기의 위쪽으로 배열한다.

Ⓒ BROSTE COPENHAGEN

 

서양에서는 식단의 순서에 따라 한 가지씩 대접하는 것이 원칙이다. 먼저 나온 접시를 비운 뒤에 다음 음식을 제공하며, 식사 중 물잔을 적당히 채워야 한다. 물을 포함한 음료는 참석자의 오른쪽 등 뒤에서 오른손으로 제공하며, 이외의 음식은 왼쪽 뒤에서 왼손으로 서빙한다. 또한, 각 접시의 메인 메뉴를 앉은 사람의 앞쪽으로 놓는다. 식탁에 앉을 때에는 의자를 바짝 당겨서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는 것이 예의다. 의자에 앉은 다음에는 냅킨을 무릎 위로 펴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접어서 식탁 위에 올려둔다.

Ⓒ BROSTE COPENH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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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와 나이프는 음식 순서에 따라 바깥쪽에 위치한 것부터 차례로 사용한다. 음식은 큼직하게 미리 썰어 두는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서양에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가며 먹는다. 포크와 나이프는 접시 양쪽 끝에 팔(八)자형으로 올려 아직 식사 중이라는 표시를 하고, 음식을 다 먹은 뒤에는 접시의 오른쪽에 가지런히 모아 놓는다. 테이블웨어의 보유는 예부터 개인의 재산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부자가 소유한 식기는 품질이 우수하며 그 수가 많았다. 1565년 이탈리아 페라라에서 열린 한 가족 결혼 축하연에서는 무려 1만 2천여 개의 접시가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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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웨어는 대접받는 이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솝 우화에는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심술쟁이 여우가 어느 날 두루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여우는 납작한 접시에 담긴 수프를 내밀었고, 긴 부리를 가진 두루미는 씁쓸하게 음식만 쳐다봤다. 이후 이전 식사의 보답을 빌미로 두루미가 여우를 집에 초대했다. 주둥이가 짧은 여우는 두루미가 차린 긴 병에 담긴 수프를 먹을 수 없었다. 손님을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우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문화에서도 공통적이다. 검은 호랑이의 기운이 솟아나는 임인년(壬寅年)의 1월, 마음을 담은 식탁 위로 오갈 덕담과 시작하는 뜻깊은 한해를 맞이하기를.

 

새 시작과 꿈의 대화가 무르익어가는, 1월의 테이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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